[소울푸드] 당신의 소울푸드는 무엇입니까?
'소울푸드'의 힘.
빨간 색 표지에 <소울푸드>라고 흰 색 글씨가 얌전하게 박혀있다. 스물 한 명의 작가들이 자신들의 '소울푸드'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전에는 '자전소설'이라는 테마로 소설가들의 소설집이 나오더니, 이제는 '푸드', 그것도 그냥 푸드가 아니라 '소울푸드'라는 주제다. 참신하다. 스물 한 명의 작가들의 이름을 보니 아는 이름들도 더러 눈에 띈다. 강병인, 김어준, 김창완, 백영옥, 서유미, 성석제, 이우일, 이지민, 이충걸. 내가 아는 사람을 손에 꼽아 보니 아홉 명이나 된다. 남무성, 노익상, 박상, 박찬일, 안은영, 이화정, 정박미경, 조동섭, 조진국, 차유진, 한창훈, 황교익. 몰랐던 사람이 열 두명이고.
스물 한 명의 소울푸드에 대한 기록들이 적힌 책에는 그 흔한 머리말도 없다. 우리가 어째서 이런 책을 내게 되었는지 따위의 친절한 설명이 없단 얘기다. 하긴 뭐 그런게 그리 중요하겠느냐만은. 책을 읽다 생각해보니 일상에 지쳐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를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역시 살아갈 힘을 주고, 상처 난 마음을 다독이는 맛, 누구나 하나쯤은 가슴 속에 추억처럼 간직하고 있는 '소울 푸드'가 그 해답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내 그 '소울 푸드'를 입에 떠넣지 않아도, 머리 속에 상상만으로도 배부를 수 있는 힘. 그게 진짜 '소울 푸드'가 가진 힘 아닐까.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이야, 집 밖에 얼마든지 널려 있으니. 배가 아니라 영혼을 채워주는 소울푸드, 스물 한 명의 작가들이 소개하는 그들만의 소울푸드를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스물 한 명의 소울푸드에 대한 기록들이 적힌 책에는 그 흔한 머리말도 없다. 우리가 어째서 이런 책을 내게 되었는지 따위의 친절한 설명이 없단 얘기다. 하긴 뭐 그런게 그리 중요하겠느냐만은. 책을 읽다 생각해보니 일상에 지쳐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를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역시 살아갈 힘을 주고, 상처 난 마음을 다독이는 맛, 누구나 하나쯤은 가슴 속에 추억처럼 간직하고 있는 '소울 푸드'가 그 해답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내 그 '소울 푸드'를 입에 떠넣지 않아도, 머리 속에 상상만으로도 배부를 수 있는 힘. 그게 진짜 '소울 푸드'가 가진 힘 아닐까.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이야, 집 밖에 얼마든지 널려 있으니. 배가 아니라 영혼을 채워주는 소울푸드, 스물 한 명의 작가들이 소개하는 그들만의 소울푸드를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포스팅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추천해주세요.
로그인 없이도 클릭하시면 추천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없이도 클릭하시면 추천이 가능합니다.
21인의 작가가 말하는 내 인생의 잊을 수 없는 맛.
책은 크게 네 가지 테마로 정리되어 있다. 1장은 '그토록 뜨거웠던 순간의 청춘 한 스푼'이다. 노량진 고시원 시절의 주먹밥을 소개하던 백영옥 작가의 글 마지막에선 나도 모르게 가슴이 턱 하고 막혔다. 꿈을 이루지 못해 힘들어 하던 때, 더 좋은 꿈을 꾸기 위해 달려가던 때, 그저 조용히 서서 창밖을 바라보며 먹던 따뜻한 밥으로 그녀는 자신의 소울푸드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기쁠 때 같이 기뻐하고 슬플 때 같이 슬퍼해줄 수 있는 친구, 그렇게 기억하는 친구가 만드는 해륙식품의 이브콘을 이야기 하는 조진국 작가, 연애시절 첫눈 내리던 날 함께 맛보았던 허름한 피자집의 피자를 그리워하는서유미 작가, 소년이면서 신사인 남자를 만나 연애하면서 알았던 카레의 맛에 대해 이야기 하는 안은영 작가, 어린 시절 최초로 만난 미제이자 미국이었던 햄버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화정 작가, 그의 말대로 소설가 나부랭이 시절 기가막힌 '빨계떡'이라는 해장음식을 발견한 기쁨을 이야기 하는 박상 작가. 유쾌하고 재미나고, 때로는 아련하게 그 시절을 추억하고 있다.
2장은 '마음의 고향, 짭쪼름한 그리움 한 방울'이다. 절집의 간장, 된장, 고추장과 김치, 밥으로 안온하고 배부른 한철을 지낸 고향에서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성석제 작가, 기대만큼 맛있지 않았던 진주햄 소시지에 대한 밋밋하고 불편했던 기억을 이야기하는 한창훈 작가, 비틀즈의 음악을 들으며 수제비를 먹으며 노래는 가슴을 울게 하고, 음식은 심장을 뛰게 한다고 말했던 김창완 작가, 유독 그의 글에서 더욱 빛나곤 하는 그의 '엄마'가 끓여주시는 엄마표 된장찌개를 이야기하는 이충걸 작가, 화산 이씨에 대한 사실을 바탕으로 베트남 쌀국수에 대해 재미난 상상을 보여준 이우일 작가의 소울푸드가 담겨있다.
3장은 '낯선 길 위에서 건져낸 삶의 의미 한 움큼'이다. 히말라야 오지 마을에서 살기 위해 먹었던 달밧에 대한 애틋함을 적어내려간 정박미경 작가, 낯선 여행지에 끓여먹었던 완전식품 라면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김어준 작가, 이탈리아의 농민들과 노동자들의 음식 '토스카나 수프' 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하는 박찬일 작가, 궁핍한 시절. 길에서 사는 이들로부터 알게 된 퓨전음식에 대한 추억을 말하는 노익상 작가, 서울로 이주하면서 잃어버린 고향의 '바닷것'들에 대해 추억을 이야기하던 황교익 작가의 소울푸드가 담겨 있다. 낯선 길 위에서 그들이 기억하는 소울푸드 들에는 그들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달까.
4장은 '내 몸에 흐르는 달콤쌉싸래한 추억 한 모금'이다. 커피향 엄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전하는 이지민 작가, 처음 만났던 커피와 연인과 함께 갔던 명동의 '가무'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하는 조동섭 작가, 혼자마시는 술도 달 밝은 밤, 꽃 그늘 아래라면 좋겠다는 차유진 작가, 재즈와 와인, 박학다식한 '박사' 선배와 함께 마셨던 서귀포 부두에서의 와인을 추억하는 남무성 작가, 진로소주와의 인연이 훗날 캘리그라피로 다시 만나게 된 강병인 작가의 이야기까지 차곡 담겨있다.
2장은 '마음의 고향, 짭쪼름한 그리움 한 방울'이다. 절집의 간장, 된장, 고추장과 김치, 밥으로 안온하고 배부른 한철을 지낸 고향에서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성석제 작가, 기대만큼 맛있지 않았던 진주햄 소시지에 대한 밋밋하고 불편했던 기억을 이야기하는 한창훈 작가, 비틀즈의 음악을 들으며 수제비를 먹으며 노래는 가슴을 울게 하고, 음식은 심장을 뛰게 한다고 말했던 김창완 작가, 유독 그의 글에서 더욱 빛나곤 하는 그의 '엄마'가 끓여주시는 엄마표 된장찌개를 이야기하는 이충걸 작가, 화산 이씨에 대한 사실을 바탕으로 베트남 쌀국수에 대해 재미난 상상을 보여준 이우일 작가의 소울푸드가 담겨있다.
3장은 '낯선 길 위에서 건져낸 삶의 의미 한 움큼'이다. 히말라야 오지 마을에서 살기 위해 먹었던 달밧에 대한 애틋함을 적어내려간 정박미경 작가, 낯선 여행지에 끓여먹었던 완전식품 라면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김어준 작가, 이탈리아의 농민들과 노동자들의 음식 '토스카나 수프' 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하는 박찬일 작가, 궁핍한 시절. 길에서 사는 이들로부터 알게 된 퓨전음식에 대한 추억을 말하는 노익상 작가, 서울로 이주하면서 잃어버린 고향의 '바닷것'들에 대해 추억을 이야기하던 황교익 작가의 소울푸드가 담겨 있다. 낯선 길 위에서 그들이 기억하는 소울푸드 들에는 그들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달까.
4장은 '내 몸에 흐르는 달콤쌉싸래한 추억 한 모금'이다. 커피향 엄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전하는 이지민 작가, 처음 만났던 커피와 연인과 함께 갔던 명동의 '가무'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하는 조동섭 작가, 혼자마시는 술도 달 밝은 밤, 꽃 그늘 아래라면 좋겠다는 차유진 작가, 재즈와 와인, 박학다식한 '박사' 선배와 함께 마셨던 서귀포 부두에서의 와인을 추억하는 남무성 작가, 진로소주와의 인연이 훗날 캘리그라피로 다시 만나게 된 강병인 작가의 이야기까지 차곡 담겨있다.
당신의 소울푸드는 무엇입니까?
책을 다시 덮으니 '당신의 소울푸드는 무엇입니까?' 라고 책 표지가 묻고 있었다. 글쎄, 나의 소울푸드는 뭘까.
이 책에 실린 '황교익'씨의 글 중, '소울푸드'에 대해서 내린 그 만의 정의가 눈에 띄어 옮겨볼까 한다.
고등학생 때, 나는 걸핏하면 야자를 빠지고 그 녀석 집에 놀러갔다. 하루는 녀석네 집에 아저씨 한 분이 와계셨는데 미국에서 오셨다 했다. 녀석네 가족과도 꽤 친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날은 녀석네 집에 나와 녀석, 그리고 아저씨 셋이 있었다. 아저씨는 '돈까스 먹을까?'라고 하셨고, 직접 돈까스를 만들어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녀석과 나는 아저씨가 시키는대로 돼지 고기를 자르고, 고기를 펴는 막대였는지 칼등이었는지 열심히 고기를 펴고, 달걀도 묻히고 빵가루도 묻혔다. 식탁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두들겨 패고 있는 우리 옆에서 아저씨는 열심히 특제 소스를 만드셨다. 그냥 슈퍼에서 파는 돈까스 소스가 아니라, 아저씨가 손가락으로 몇 번씩 찍어 맛 본 특제 소스였다. 아저씨의 특제 소스에는 무엇이 들어갔는지 지금은 전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키가 훤칠했던, 매너 좋으셨던 그 아저씨의 얼굴도 기억 안 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녀석과 함께 열심히 폈던 고기가 기름 속에서 튀겨지고, 아저씨의 특제소스가 얹힌 따끈한 돈까스를 먹으면서 나는 아마도 이 돈까스 맛은 평생을 가도 못 잊을 것 같단 이야기를 했었다.
도시락 반찬에서도 돈까스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고작해야 돈까스는 슈퍼에서 팔던 맛대가리 없는 돈까스가 전부였던 나에게 그 날의 돈까스가 준 충격이란. 돈까스를 함께 만들었던 그 녀석과는 이런저런 일로 지금은 연락조차 하지 않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시간이 지날만큼 지나서 어색해질대로 어색해진 사이가 되버린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은 그 돈까스의 맛이 사무치게 그리운 만큼 녀석의 소식이 궁금해진다. 인생에는 잊을 수 없는 맛 만큼이나 잊을 수 없는 시간 또한 있는 것임을, 나의 '소울푸드'를 생각하다 또 마음이 꿀렁해져버렸다.
이 책에 실린 '황교익'씨의 글 중, '소울푸드'에 대해서 내린 그 만의 정의가 눈에 띄어 옮겨볼까 한다.
소울푸드는 음식에 대해 인간들이 보이는 특정의 기호를 하나의 개념으로 정립한 것이다. 조금 느슨하게 말하면, '인간은 어릴 때 먹었던 음식에 대해 강한 기호를 나타내는데 그 기호가 집착 수준에 이른 것' 정도가 될 것이다. 먹고 싶어 '환장' 하겠고, 또 먹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식일 것이다. 그런데, 이 소울푸드란 것이 과연 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낱낱의 현상인가 하는 것에는 의문이 있다.하지만 나의 경우엔 좀 다르다. 먹고 싶어 '환장' 하겠지만, 먹을 수 없기에 더욱 그리워지는게 내가 내리는 정의의 '소울푸드'다. 내가 내리는 정의에 의하면, 나의 '소울 푸드'는 예전에 그 녀석과 함께 만들어 먹었던 '돈까스'다.
고등학생 때, 나는 걸핏하면 야자를 빠지고 그 녀석 집에 놀러갔다. 하루는 녀석네 집에 아저씨 한 분이 와계셨는데 미국에서 오셨다 했다. 녀석네 가족과도 꽤 친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날은 녀석네 집에 나와 녀석, 그리고 아저씨 셋이 있었다. 아저씨는 '돈까스 먹을까?'라고 하셨고, 직접 돈까스를 만들어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녀석과 나는 아저씨가 시키는대로 돼지 고기를 자르고, 고기를 펴는 막대였는지 칼등이었는지 열심히 고기를 펴고, 달걀도 묻히고 빵가루도 묻혔다. 식탁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두들겨 패고 있는 우리 옆에서 아저씨는 열심히 특제 소스를 만드셨다. 그냥 슈퍼에서 파는 돈까스 소스가 아니라, 아저씨가 손가락으로 몇 번씩 찍어 맛 본 특제 소스였다. 아저씨의 특제 소스에는 무엇이 들어갔는지 지금은 전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키가 훤칠했던, 매너 좋으셨던 그 아저씨의 얼굴도 기억 안 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녀석과 함께 열심히 폈던 고기가 기름 속에서 튀겨지고, 아저씨의 특제소스가 얹힌 따끈한 돈까스를 먹으면서 나는 아마도 이 돈까스 맛은 평생을 가도 못 잊을 것 같단 이야기를 했었다.
도시락 반찬에서도 돈까스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고작해야 돈까스는 슈퍼에서 팔던 맛대가리 없는 돈까스가 전부였던 나에게 그 날의 돈까스가 준 충격이란. 돈까스를 함께 만들었던 그 녀석과는 이런저런 일로 지금은 연락조차 하지 않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시간이 지날만큼 지나서 어색해질대로 어색해진 사이가 되버린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은 그 돈까스의 맛이 사무치게 그리운 만큼 녀석의 소식이 궁금해진다. 인생에는 잊을 수 없는 맛 만큼이나 잊을 수 없는 시간 또한 있는 것임을, 나의 '소울푸드'를 생각하다 또 마음이 꿀렁해져버렸다.
'상실의시대 > 책도읽었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냉소한 시선 (0) | 2011/11/03 |
|---|---|
| [상처 떠나보내기]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당신에게. (4) | 2011/10/26 |
| [소울푸드] 당신의 소울푸드는 무엇입니까? (2) | 2011/10/22 |
| [여행 사진의 모든 것] 찍으면 작품이 되는 특별한 여행사진을 찍고 싶다면? (2) | 2011/10/08 |
| [R.P.G] 위로받고 싶었던 자들의 위험한 게임 (3) | 2011/09/27 |
| [고래]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묘하게 넘나드는 이야기 속으로. (10) | 2011/08/23 |





[소울푸드 - 당신의 소울푸드는 무엇입니까?] [<소울푸드&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