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피부] 비극적 복수극, 기괴함은 있는데 절규가 없다

제목부터 보통이 아닐 거 같단 생각은 했지만, 영화는 기대이상으로 반전으로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스페인의 거장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이름 만으로도 이미 유명한 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 게다가 차가운 복수와 뜨거운 욕망의 드라마라고 소개하고 있는 이 영화는 새롭고, 파격적이고, 대담하고, 엽기적이기도 하며, 동시에 아찔하다.

교통사고로 인해 화상을 입은 아내를 보고 저명한 성형외과 의사인 로버트(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아내를 위해서 완벽한 인공피부를 만들어내려고 연구에 몰두한다. 인체에 가장 가까운 피부를 만들기 위한 고군분투가 이어진다. 그러나 아내는 화상을 입은 자신의 끔찍한 모습을 보게 되고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결국 로버트 박사는 완벽한 인공 피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집착한다. 그의 비밀스런 실험대상인 베라(엘레나 아나야)는 로버트의 대저택 안에 감금되어 그녀의 피부를 보호해주는 바디 슈트만을 입은 채 생활하고, 로버트의 오른팔인 충실한 하녀 마릴리아(마리사 파레데스)가 그녀를 돌본다. 정체불명의 여성 베라는 틈만 나면 자살을 기도하지만, 로버트는 그때마다 그녀를 살려낸다. 

그러던 어느 날 로버트가 집을 잠시 비운 사이, 자신을 마릴리아의 아들이라고 밝히는 남자가 저택에 찾아오게 되고, 그녀를 폭행한 마릴리아의 아들을 로버트가 쏘아 죽이게 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로버트와 베라를 둘러싼 비밀을 하나씩 밝혀내기에 이른다. 자, 여기까지가 이미 공개된 영화 줄거리이고 좀 더 살을 붙여 보았다. 왠만해선 스포일러를 조심하려고 하지만, <내가 사는 피부>를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스포일러 공개가 불가피 할 듯 하다. 그게 없이 설명을 하자면 리뷰를 쓰는 나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될 듯 하다(내공이 부족한 탓도 분명 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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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피부> 이야기 하는 가장 큰 화두는 '복수'다. 피부이식이나 성형수술 등으로 표현되는 행위는 수단에 불과하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섹슈얼리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복수와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로버트의 복수에 대한 광적인 집착은 베라가 의문의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한 이후에 수면 위로 떠오른다. 아내의 사고로 인한 화상과 자살, 딸의 성폭행과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가족사를 지닌 성형외과 의사 로버트는 자신의 상실감을 보상받을 욕망으로 복수를 꿈꾼다. 딸을 성폭행 한 '남성' 비센테(얀 코르넷)라는 청년을 '여성' 베라로 성전환 수술을 시키고, 좀 더 완벽에 가까운 인간의 피부를 만들기 위한 생체실험의 대상으로 삼는 등 복수의 행동을 감행한다. 딸에 대한 복수와 동시에, 그를 자신의 아내와 같은 모습으로 성전환 시켜 자신의 곁을 떠난 아내에 대한 집착과 상실에 대한 보상을 얻으려는 것이다.그리고 새로운 피부를 얻은 비센테는 6년이란 시간동안의 감금을 통해 자신을 '남성 비센테'가 아닌 '여성 베라'로 받아들이게 된다. 재미있는 건 비센테(혹은 베라)를 향한 로버트의 복수의 욕망이 어느 순간 점점 연민의 감정으로 바뀌어진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스포일러가 없다고 발뺌하긴 그렇지만, 이 복수극의 결말 만큼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겠다. 

여전히 거장과 막장의 차이는 한끗 차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로버트의 광기는 출생의 비밀과 아내와 딸의 죽음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한 그가 짊어질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가 보여주는 복수극은 희한하게도 비윤리적이라는 측면에서 기괴하다는 느낌만 있을 뿐이지, 상실에 대한 트라우마로 뒤덮인 절규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더이상 비센테가 아닌 베라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에서의 로버트의 심리에 대한 묘사는 이상하리만큼 절제되었다는 점도 아쉽다. 티에리 종케의 소설 <독거미>를 읽어보지 않았으니, 원작과의 세밀한 비교가 불가하다는 건 아쉽다만 어쩐지 거장은 하고 싶은 말들을 꾸역꾸역 담아내느라 욕심을 좀 많이 부린 듯 하다. 비극적인 창조주, 창조물과의 사랑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딸을 성폭행 한 남자를 성전환시키고, 그에게 사랑을 느낀다는 막장 드라마에 그나마도 프랑켄 슈타인과 피그말리온 정도를 얹을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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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뭔가 석연치 않았던 결말이 못내 아쉬웠지 뭐에요 ㅜㅠ

  2. 꼭 한번 봐봐야 겠어요.
    이런류의 영화를 좋아해서..
    인간 본질에 대한...^^;

  3. 이 영화는 리뷰를 볼 때마다 가야겠다 말아야겠다 고민만 계속 반복하게 만들었던 영화에요..ㅠ_ㅠ 하지만, 환유님 글을 보고는 이제 맘을 좀 정했습니다;; 저에게는 좀 맞지 않는 영화일 것 같아요~* ㅋㅋ 그래서 리뷰도 그냥 자세하게 읽어버렸습니다^^ 내일 밍크코트나 보러 가야겠어요..!!

    • 좀 무거웠지요. 저도 볼까 말까 망설이다 봤는데..^^
      개운하진 않더라구요. 하핫.
      저도 내일 밍크코트 보러 갑니다. 재미있게 잘 보고 오셨나요?

  4. 이 영화 영화제에서 많이 거두되길래 어떤 영화인지 궁금했었는데
    스토리가...만만찮네요. 막장과 거장은 한끗차이란 표현에도 동감을;;
    (스토리만 보면 거의 점찍고 돌아온 장서희씨가 생각이 나는..)

    근데 전 사실 포스터 슬쩍보고 남자배우가 미스터빈인줄 착각을 ㅎ

    • 독특한 영화였지만, 한편으론 좀 무겁기도 해서.
      아마도 제이유님은 이런 영화 불편하실 것 같기도 해요.
      저도 사실 좀 불편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막장과 거장은 한끗 차이라는 표현을 한 게 저로서는 솔직한 표현이었어요.
      ㅋㅋ 그나저나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미스터빈이 되어버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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