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스피디한 전개, 세련된 영상미, 핀처 스타일로 재탄생한 밀레니엄!

전 세계를 사로잡은 베스트 셀러, 스크린으로 만나다.

지난 25일, 할리우드의 거장 '데이빗 핀처' 감독의 손을 거쳐 재탄생한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 아카데미상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매력적인 리스베트 캐릭터를 연기한 루니 마라가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된 것을 비롯하여, 촬영상, 편집상,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 부분이 언급되었다. 특히 여우주연상은 메릴 스트립, 바이올라 데이비스 등의 배우들과 쟁쟁한 경쟁이 예상된다. 꼭 수상이 아니더라도 루니 마라의 필모그래피에서 밀레니엄의 '리스베트'는 분명 오래 빛날 듯 하다. 

잘 알려졌다 시피 이 영화는 스웨덴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소설 '밀레니엄' 시리즈의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원작으로 한다. 스티그 라르손은 자신을 닮은 잡지사 기자 미카엘 블롬크 비스트란 남자와 어두운 과거를 지닌 여성 해커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주인공으로 한 창편 소설 '밀레니엄' 시리즈를 총 10부작으로 구상했으나, 3부작(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의 원고만 출판사에 넘긴 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전 세계 41개국 판권계약에 30여 개국 출간, 5천만 독자를 뒤흔든, 말그대로밀레니엄 신드롬이 책을 나와 스크린에 옮겨진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설레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재미있게도 국내에서는 스웨덴 감독 닐스 아르덴 오플레브의 스웨덴 버전과 데이빗 핀처 감독의 미국 버전이 일주일 차를 두고 개봉하기도 했다. 1부만 해도 두 권 합쳐 8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의 책을 순식간에 읽어내려갔을 만큼 매혹적이었으니 이 밀레니엄 시리즈를 책, 스웨덴 버전 영화, 핀처 버전 영화를 모두 챙겨보고 싶었던 것은 분명 오버가 아니었을 것이다. 책과 두 버전의 영화를 모두 본 나에게 사람들이 뭐가 더 좋으냐는 질문을 종종 했다. 스웨덴 버전은 스웨덴 버전대로, 핀처 버전은 핀처 버전대로 꽤 잘 빠진 부분들이 있어 둘 중에 뭐가 더 좋으냐는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내리기는 힘들다만, 그래도 근소한 차이라도 더 좋은 것을 고르라면 미국 버전의 손을 좀 더 들어주고 싶다. (아, 이건 49대 51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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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았나! 리스베트!

원작소설도 강추!


탄탄한 원작!

금융재벌 한스 에리크 베네르스트룀의 부패와 비리를 폭로하는 기사를 썼으나 증거 부족으로 패소한 밀레니엄 기자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다니엘 크레이그)는 돈과 명예를 다 잃을 지경에 놓였다. 곤경에 빠진 그에게 또다른 스웨덴의 재벌 헨리크 방예르(크리스토퍼 플러머)가 40년전 사라진 손녀 '하리에트' 사건을 조사해 달라고 접근해 온다. 표면적으로는 헨리크의 자서전 집필 업무를 맡겼지만 하리에트 사건을 맡으면 두 배의 보수와 베네르스트룀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헨리크의 집요한 거래에 응한 미카엘은 방대한 자료수집과 분석을 위해 조수를 고용한다. 실종 사건을 맡길 최적의 인물을 찾고 있던 헨리크 방예르에게 자신에 대한 자료를 조사해 넘겼던 천재 해커 리스베트 살란데르(루니 마라)를 만나게 되는 계기다. 리스베트는 뛰어난 밀턴 시큐리티라는 보안업체에서 비밀 조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정보 분석력과 해킹실력을 가졌으나 사회 부적응으로 정부의 보호감시를 받고 있는 리스베트는 코와 입술에는 피어싱을, 몸에는 용 문신을 한 범상치 않은 외모를 가졌다. 



원작인 <밀레니엄 1부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두 권의 책으로 되어 있다. 한 권만 해도 400페이지에 달하는 두께다. 1권은 미카엘과 리스베트라는, 영화의 주축이 되는 두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다. 게다가 이 둘이 풀게 되는 방예르 가문의 미스테리한 살인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방대한 방예르 가문의 복잡한 가계도와 인물들에 얽힌 이야기로 거의 1권 전체를 할애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에게 낯선 스웨덴 이름들과 지명은 살짝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이들이 사건의 실마리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 1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전개 된다. 그래서 고민하던 끝에 책은 1권까지만 읽고 영화를 보고, 그리고 나서 다시 2권을 읽는 방법을 택했다. 단서를 조합해가는 1권이 끝나고 2권까지 다 읽고 나면 범인이 누구일지 영화를 보며 상상해보는 재미가 조금은 반감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이런 나의 계획이 꽤 잘 맞았던 것 같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 실종된 하리에트 방예르, 헨리크의 생일마다 배달되는 압화 액자, 실종 당일 거리 퍼레이드를 구경하던 하리에트가 찍힌 사진, 하리에트의 수첩에 남겨진 비밀코드.

왼쪽 사진은 따로 광고사진인 듯.


매력적인 캐릭터_미카엘과 리스베트.

워낙 뛰어난 원작이기에, 그리고 원작 자체가 꽤 방대하기에 이 이야기들을 모두 영화에 풀어낸다는 건 아무리 대단한 핀처라도 꽤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물론 밀레니엄 시리즈 중의 1부만으로도 이야기를 끝맺는데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기는 한다. 그래도 워낙 독특한 캐릭터인 기자 미카엘과 해커 리스베트를 주인공으로 두었을 때는 작가가 이들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을 터. 단순히 실종 사건을 해결하는 것만으로 이 둘의 활약상을 그리고 끝내기에는 이 두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너무 크다. 그리고 1권의 제목이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라는 걸 볼 때, 하리에트 실종 사건과 이 제목 간에는 큰 연결고리가 맥없이 빠진 듯 하기도 하다. 각 챕터가 시작되기 전에 나오는 메시지 또한 의미심장하다. 예를 들면, '스웨덴 여성의 18퍼센트는 살아오면서 한 번 이상 남성의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 '스웨덴 여성 중 46퍼센트가 남성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스웨덴 여성 중 13퍼센트는 심각한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스웨덴에서 성폭행을 당한 여성 중 92퍼센트는 고소하지 않았다' 등이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2부에서는 여주인공 리스베트의 과거가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본격적인 미스터리 스릴러가 시작되고, 3부에서는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과 비밀조직의 부정부패가 들춰지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들을 하기 위해서는 1부에서는 이 이야기들를 끌고 나가는 미카엘과 리스베트라는 인물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보장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원작을 읽었기에 핀처가 인물묘사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만 골라 영화에서 보여준 부분이 이해가 갔지만, 영화를 먼저 본 사람들은 이 두 인물에 대한 충분한 공감이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건 해결에 대한 시동이 원작에서 천천히 걸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나름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핀처는 러닝타임 내에 최대한 원작의 많은 부분을 살리려고 노력하면서, 나름 깔끔하게 가지치기를 해냈다. 세실리아와 미카엘의 관계도 영화에서는 과감하게 들어냈고, 원작에선 2권의 시작이 패소한 미카엘이 징역을 살다 나오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영화에서는 그 이야기도 들어내버렸다. 대신 핀처는 헨리크의 생일마다 발신인 없이 배달되는 압화 액자, 하리에트의 실종 사건 당일 퍼레이드 축제에 놀러갔다가 찍힌 하리에트의 사진들, 하리에트의 다이어리에서 발견된 의문의 코드를 가지고 결정적인 단서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긴장감있게 그려냈다. 후반부에 마르틴의 집에 들어가 숨죽인 채 그의 집을 들여다 보는 미카엘의 모습은 손에 땀을 쥐는 핀처만의 매력적인 연출을 그대로 담았다. 

단순한 실종사건이 아니라 구약성서의 내용에 따라 진행되는 연쇄살인과 추악한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순간은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워낙 과정이 더 훌륭한지라 결말이 조금 쉽게 마무리 되는 것 같은 아쉬움도 조금은 있다. 결말에 이르러 베네스트룀의 죽음은 핀처 버전에서는 암살로, 스웨덴 버전에서는 자살로 언급되는 차이도 있다.

미카엘과 리스베트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과 이들이 펼치는 콤비 플레이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인상부터 시크하게 생긴 다니엘 크레이그도 물론 멋졌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영화의 매력은 리스베트가 70%는 먹고 들어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른 몸에 파격적인 헤어스타일, 눈썹과 코, 입에는 피어싱, 등에는 화려한 용문신. 개성 강한 외모를 가진, 뛰어난 기억력과 분석력을 가진 천재 해커 리스베트를 연기한 루니 마라는 무려 85년생 핫한 배우다. 뉴욕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기도 한 수재라고도. (그녀가 영화 속에서 모터사이클을 타는 장면은 화끈하기까지 하다!) 

할리우드 최초로 스웨덴 메인 로케이션으로 이루어진 촬영이다. 스웨덴 설원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옮기면서, 광활함과 차가운 공기마저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 놓았다. 미스테리한 사건 자체도, 사건을 풀기 위해 방예르 가문 저택이 있는 섬에 고립되어 있는 두 남녀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은 그래서 더욱 배가 되는 듯 하다. 다소 긴 러닝타임이지만, 원작 소설이 영화화 되기를 오래 기다렸던 만큼 시간은 훌쩍 잘도 흘러만 간다.    

왼쪽은 핀처버전, 오른쪽은 스웨덴버전.


스웨덴 버전 vs 핀처 버전

여전히 어떤 버전이 좋냐는 질문은 대답하기 힘들다. 시크하면서도 바람둥이 기질이 엿보이는 미카엘의 이미지가 다니엘 크레이그라면 미카엘 니키비스트는 조금 진지하고 중후하다. 리스베트를 연기한 누미 라파스와 루니 마라는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이미 3부까지 만들어진 스웨덴 버전 속의 리스베트를 살짝 본 적이 있는데, 1부에서도 충분히 과감했던 그녀의 외모가 더 과감해졌다. 나중에 스웨덴 버전의 2부, 3부도 개봉하면 반드시 챙겨봐야 겠다.


두 편을 다 챙겨보고 나니 확실히 핀처 버전은 상업영화의 매끈함이 돋보이는 건 사실이다. 좀 더 스피드한 전개와 넘치는 긴장감, 세련된 영상미까지 확실히 챙겼다. 오프닝 시퀀스만 봐도 '이 영화의 감독은 바로 나 핀처요' 라고 이야기 하는 듯 하다. 물론 스웨덴 버전은 그에 비하면 사건 전개에 치중하느라 상대적으로 조금 느리지만, 리스베트라는 인물에 대해 깊이 다루는 등 꽤 원작을 충실하게 요약해 담아내려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가장 좋은 건 두 버전 모두 챙겨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원작이 탄탄하면 어떤 버전이라도 챙겨보고 싶어지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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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t 2012/01/31 09:29

    개봉하고 얼마 안 있어 봤는데...겨울 방학 국내 영화와 누렁 고냥이 한 마리 때문에 많은 개봉관에서는 하지 않고 있는 영화 밀레니엄...(원제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뭐 이 영화의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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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호라..
    제목부터 확 끌리는데요..-0-;;

  2. 여기저기서 많이 조명하고 있는 작품인데, 희안하게도 선뜻 손이 가질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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