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잔혹극] 충격적 도입부, 치밀한 심리묘사, 사회적 통찰까지 담아내다.
서두부터 거침없이 강렬한.
<활자 잔혹극>은 서두부터 거침없다.
"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 로 시작한다. 이렇게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꺼내놓았으니, 시작부터 맹랑하면서도 한편으론 김이 빠지는 추리소설이 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가족이 죽었고, 정확히 말하면 살해 당했고, 범인은 유니스 파치먼이라는 사람이며, 읽을 줄도 쓸 즐도 모르는 문맹이라는 사실. 그러나 '문맹이라서' 일가족을 죽였다는 문장은 드러나지 않은 무언가 대단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같았고, 무엇보다 이 한 줄의 문장만으로는 '살인' 동기로서, 혹은 이유로서 '문맹'은 어쩐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이 한 줄의 문장을 읽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떠올렸을 독자들이 가질 궁금증에 대한 대답이 곧 이 책의 내용이었다.
범인도 알고 일가족이 살해당했다는 사건을 알면서도 밤이 새도록 책상에 앉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단순한 플롯이지만, 인물들에 대한 심리묘사가 탁월할 정도였다. 영화화되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책을 다 읽고 나서 뒤에 실린 장정일씨의 글을 보다가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이미 1995년에 <의심>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된 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이런 치밀한 심리 묘사가 빛나는 소설들이 영화화되었을 때는, 영화가 소설이 가지는 매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에 이 영화 역시도 부딪혔다는 점까지도.
"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 로 시작한다. 이렇게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꺼내놓았으니, 시작부터 맹랑하면서도 한편으론 김이 빠지는 추리소설이 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가족이 죽었고, 정확히 말하면 살해 당했고, 범인은 유니스 파치먼이라는 사람이며, 읽을 줄도 쓸 즐도 모르는 문맹이라는 사실. 그러나 '문맹이라서' 일가족을 죽였다는 문장은 드러나지 않은 무언가 대단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같았고, 무엇보다 이 한 줄의 문장만으로는 '살인' 동기로서, 혹은 이유로서 '문맹'은 어쩐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이 한 줄의 문장을 읽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떠올렸을 독자들이 가질 궁금증에 대한 대답이 곧 이 책의 내용이었다.
범인도 알고 일가족이 살해당했다는 사건을 알면서도 밤이 새도록 책상에 앉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단순한 플롯이지만, 인물들에 대한 심리묘사가 탁월할 정도였다. 영화화되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책을 다 읽고 나서 뒤에 실린 장정일씨의 글을 보다가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이미 1995년에 <의심>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된 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이런 치밀한 심리 묘사가 빛나는 소설들이 영화화되었을 때는, 영화가 소설이 가지는 매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에 이 영화 역시도 부딪혔다는 점까지도.
활자, 빌어먹을 활자 천지인 세상!
조지 커버데일 일가에 고용된 가정부 유니스는 어렸을 때, 학교를 옮겨 다니느라 글자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데다가 습득 능력도 현저히 부족했다. 대신 그녀는 자신이 읽거나 쓸 줄 모른다는 사실을 감출 수 있는 각종 속임수와 수완을 깨우쳤다. 병든 어머니를 돕기 위해 살림을 시작해서 손재간도 좋고, 청소나 요리, 바느질 솜씨도 뛰어났다. 하지만 글자를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젊은 시절 그녀는 숨어지내기 일쑤였고, 기회만 되면 나쁜 짓을 저질렀다. 글자를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 때문에 괴로워 하는 것 보다, 그런 자신을 다른 사람들이 무시할까 걱정하고 두려워 했으며, 오히려 타인의 약점을 쥐고 그것을 이용하면서 남들보다 편하게 사는 방법을 깨우쳤다.
다른 사람들에게 첫인상부터 차갑고 섬뜩한 느낌을 주는 그녀였지만, 그런 그녀에게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은 다름아닌 '활자' 였고, 빌어먹을 '활자' 천지인 세상이었다. 글자를 모른다는 것은 때때로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울만큼 매우 불편한 일일 것이다. 읽거나 쓸 줄 모른다는 것은 거의 이방인 취급을 당하는 느낌이었을테니. 커버데일 일가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에서 무려 열 한 명의 사람에게 타는 곳이 맞는지를 확인해야 했던 유니스가 글자를 읽고 쓰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눈엔 얼마나 이상하게 보였을까. 사람들이 그녀를 바라보는 그러한 불편한 시선은 그녀를 점점 더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만들었다.
그녀는 누구보다 완벽하게 청소, 요리, 바느질 등의 집안일들을 해냈다. 어느날부터 유니스는 자신의 삶을 바꾸려드는 가족의 기색을 느끼기 시작한다. 운전을 배워보라고 하거나 눈이 나빠 남긴 메모를 못 읽었다는 말에(물론 그녀는 글자를 몰라 의도적으로 피한 것이지만) 시력검사를 하는 등, 외출도 하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지내는 유니스에 대한 가족들의 나름의 배려와 관심은 유니스에게는 불편한 짐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억지로 안경을 쓰게 된 유니스는 주변에 있는 활자에 점점 신경을 쓰게 되었고, 언젠가는 활자를 읽어야 할 상황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산다. 애석하게도 로필드 홀은 온통 책 천지였고, 커버데일 가족은 항상 책을 읽고 있었으니, 유니스는 그런 가족의 행동도 자신을 도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활자를 모른다는 사실이 가족에게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는 그녀는 매번 그런 상황이 생길 때마다 운좋게도 요리조리 피해가곤 했지만, 결국 그녀가 꼭꼭 숨겨둔 비밀이 커버데일 가족에게 들키고 만다. 딸 멜린다는 유니스가 실독증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고 그녀에게 글을 가르쳐주겠다며 오히려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고, 조지 역시 유니스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만 가족들의 그런 세심함은 오히려 40여년이 넘게 글을 읽거나 쓰지 못했어도 매번 자기만의 방식대로 불편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유니스에게는 수치스럽고 끔찍한 일이었다. 결국 유니스는 커버데일 일가를 살해하고 만다.
다른 사람들에게 첫인상부터 차갑고 섬뜩한 느낌을 주는 그녀였지만, 그런 그녀에게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은 다름아닌 '활자' 였고, 빌어먹을 '활자' 천지인 세상이었다. 글자를 모른다는 것은 때때로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울만큼 매우 불편한 일일 것이다. 읽거나 쓸 줄 모른다는 것은 거의 이방인 취급을 당하는 느낌이었을테니. 커버데일 일가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에서 무려 열 한 명의 사람에게 타는 곳이 맞는지를 확인해야 했던 유니스가 글자를 읽고 쓰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눈엔 얼마나 이상하게 보였을까. 사람들이 그녀를 바라보는 그러한 불편한 시선은 그녀를 점점 더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만들었다.
그녀는 누구보다 완벽하게 청소, 요리, 바느질 등의 집안일들을 해냈다. 어느날부터 유니스는 자신의 삶을 바꾸려드는 가족의 기색을 느끼기 시작한다. 운전을 배워보라고 하거나 눈이 나빠 남긴 메모를 못 읽었다는 말에(물론 그녀는 글자를 몰라 의도적으로 피한 것이지만) 시력검사를 하는 등, 외출도 하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지내는 유니스에 대한 가족들의 나름의 배려와 관심은 유니스에게는 불편한 짐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억지로 안경을 쓰게 된 유니스는 주변에 있는 활자에 점점 신경을 쓰게 되었고, 언젠가는 활자를 읽어야 할 상황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산다. 애석하게도 로필드 홀은 온통 책 천지였고, 커버데일 가족은 항상 책을 읽고 있었으니, 유니스는 그런 가족의 행동도 자신을 도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활자를 모른다는 사실이 가족에게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는 그녀는 매번 그런 상황이 생길 때마다 운좋게도 요리조리 피해가곤 했지만, 결국 그녀가 꼭꼭 숨겨둔 비밀이 커버데일 가족에게 들키고 만다. 딸 멜린다는 유니스가 실독증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고 그녀에게 글을 가르쳐주겠다며 오히려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고, 조지 역시 유니스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만 가족들의 그런 세심함은 오히려 40여년이 넘게 글을 읽거나 쓰지 못했어도 매번 자기만의 방식대로 불편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유니스에게는 수치스럽고 끔찍한 일이었다. 결국 유니스는 커버데일 일가를 살해하고 만다.
문맹, 그리고 또 다른 문맹.
글을 읽고 쓸 수 없으면 타인과 소통이 불가할 수 있다. 따라서 관계맺음도 어려우며, 적절한 상황에 맞게 감정을 표현하거나, 타인에 대한 윤리적인 태도를 갖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읽고 쓰지 못한다는 것은 유니스에게 불편함 이상으로 괴로운 열등감을 안겨다 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작가 역시 교묘하게 이 인과관계를 피해간다. 이를테면 그녀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아버지를 질식사시켰던 것을 보면 그녀가 가진 악의 본성은 선천적인 것 같다고 표현을 하면서도, 그녀가 TV를 통해 처음 본 프로그램이 폭력과 총이 등장했던 것을 이야기하며 그것이 잠재적인 폭력성을 자극하여 그녀의 공격성을 촉발시킨 것 같다고 이야기 할 때는 악의 본성이 후천적인 것 같다고도 표현을 한다. 분명 문맹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곤란케 한다는 점이나 인격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 하고는 있으나, 문맹이라는 결핍만이 이 끔찍한 살인사건의 동기의 전부라고 말하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앞서 말했듯, 40여년을 글자를 읽고 쓰는 걸 모르는 채 살았어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있던 유니스를, 커버데일 일가는 불행하고 안타깝게 여기고 글을 가르치려 든다. 그런 행위가 그들로서는 관심이고 배려였겠지만, 그것은 분명 자신들의 잣대를 들이대고 판단한, 유니스를 향한 선의의 폭력인 셈이었다. 가진자가 보여주는 특권의식과 우월감은 그녀가 갖고 있던 열등감에 불을 지폈고, 수치심을 극대화 시키게 된 결정적 이유는 아니었을까.
한가지 더 재미난 것은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유니스 파치먼이라는 인물과 달리 항상 책을 끼고 살며 활자에 집착하는 자일즈 몬트라는 인물을 함께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절대로 사건의 중심에 드러나진 않지만 그가 때때로 보여주는 행동이나 말들은 그 역시 또다른 의미에서 문맹이라 하기에 충분하다. 활자에 중독된 자일즈는 책과 지식 이외에는 가족과 현실에 대해 지극히 무관심하다. 읽고 쓸 줄을 모르는 사람만이 아니라, 읽고 쓸 줄도 알지만 그에 따른 책임을 모르는 사람 역시 문맹이라고 루스 렌들은 말한다.
<활자 잔혹극>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흥미진진했던 소설이었다. 여기서는 공범이었던 조앤의 이야기는 제외했지만, 조앤이 점점 광적으로 변해가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유니스라는 독특한 인물은 연민을 불러일으키게도 했다. 계속 커버데일 일가 사람들의 눈을 요리조리 피해가길. 그러나 점점 '도덕적' 문맹으로 변해가는 그녀가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치밀한 심리묘사는 역으로 사건을 파헤쳐가는 독특한 구조의 추리소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앞서 말했듯, 40여년을 글자를 읽고 쓰는 걸 모르는 채 살았어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있던 유니스를, 커버데일 일가는 불행하고 안타깝게 여기고 글을 가르치려 든다. 그런 행위가 그들로서는 관심이고 배려였겠지만, 그것은 분명 자신들의 잣대를 들이대고 판단한, 유니스를 향한 선의의 폭력인 셈이었다. 가진자가 보여주는 특권의식과 우월감은 그녀가 갖고 있던 열등감에 불을 지폈고, 수치심을 극대화 시키게 된 결정적 이유는 아니었을까.
한가지 더 재미난 것은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유니스 파치먼이라는 인물과 달리 항상 책을 끼고 살며 활자에 집착하는 자일즈 몬트라는 인물을 함께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절대로 사건의 중심에 드러나진 않지만 그가 때때로 보여주는 행동이나 말들은 그 역시 또다른 의미에서 문맹이라 하기에 충분하다. 활자에 중독된 자일즈는 책과 지식 이외에는 가족과 현실에 대해 지극히 무관심하다. 읽고 쓸 줄을 모르는 사람만이 아니라, 읽고 쓸 줄도 알지만 그에 따른 책임을 모르는 사람 역시 문맹이라고 루스 렌들은 말한다.
<활자 잔혹극>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흥미진진했던 소설이었다. 여기서는 공범이었던 조앤의 이야기는 제외했지만, 조앤이 점점 광적으로 변해가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유니스라는 독특한 인물은 연민을 불러일으키게도 했다. 계속 커버데일 일가 사람들의 눈을 요리조리 피해가길. 그러나 점점 '도덕적' 문맹으로 변해가는 그녀가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치밀한 심리묘사는 역으로 사건을 파헤쳐가는 독특한 구조의 추리소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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